빽햄 논란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백종원이 빽햄을 홍보하다가 논란이 생겼다. 백종원이 수년 전 빽햄이라는 통조림 햄을 내놓았는데, 이것의 가격이 정가 기준 개당 4,500원이 넘는 제품이었다.
이는 통조림 햄 1위 스팸보다 훨씬 높게 측정된 가격이다. 다행히도(?) 빽햄은 인기가 없는 제품이라 백종원 제품 중 이렇게 설명 불가능한 비싼 가격의 제품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백종원이 본인 유튜브에서 ‘내 상품 내가 판다’ 콘텐츠를 하며 빽햄을 소개했고, 빽햄이 널리 알려지면서 스팸보다 비싼 가격과 스팸보다 낮은 돼지고기 함량으로 논란이 되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냥 백종원 제품답지 않게 가성비가 좀 별로네 싶은 정도인데, 황당한 것은 빽햄 논란을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더본뉴스라는 뉴스 형식을 취하는 본인 유튜브 코너에 아나운서를 데려다 놓고 물어보고 싶은 걸 다 물어보라고 하면서 아나운서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다소 권위적인 태도로 역정을 내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본인 제품에 대해 해명하면서 진행하는 아나운서한테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뉘앙스를 덧붙이며 짜증은 왜 내는 것일까? 그도 자기 일을 할 뿐인데.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아나운서에게 한 것일까?
‘내꺼내먹’ 홍콩반점 매장점검
백종원은 홍콩반점을 비롯한 더본 프랜차이즈의 매장점검에서 골목식당 주인들을 가르치듯이 잘못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주들을 교육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맹점 관리는 엄연히 본사의 임무이다. 깜짝 방문해서 본사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가맹점을 혼내는 컨텐츠가 과연 합당한 것일까?
제3자 멘토-멘티 관계인 골목식당의 식당주인들과 달리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지만 본사의 방침대로 관리되어야 하는 가게다. 가맹점주가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가맹점 관리에 실패한 더본 또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책임의 지분이 적을지언정 공동 책임인데 가맹점의 흠결을 컨텐츠로 만드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가맹점에서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일방적으로 가맹점을 혼내고 ‘이제 잘 고쳐졌습니다!’ 하는 컨텐츠를 찍을 게 아니라 ‘내꺼’인 가맹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 그로 인해 그동안 질 낮은 서비스를 경험한 손님들에게 함께 사과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한 영향력의 늪
백종원은 사업가로는 드물게 ‘선한 영향력’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그는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상인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며 골목상권을 살리며 때때로 정신개조까지 시켜주는 전국 단위의 선한 영향력을 보였다.
지역 상권을 위해, 한돈 농가를 살리기 위해, 지역 축제를 살리기 위해.
그는 합리적이고 가성비 넘치는 상품을 소개하고 만들어냈다.
가성비를 뛰어넘는 제품이기 위해서는 브랜드 스토리나 고급화가 필요한데, 뺵햄이 고급이라고 보기에는 한돈이라는 것 외에는 설명이 부족하다.(해명 영상까지 봐도, 빽햄이 고급 햄이라는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백종원 자체가 요식업계에는 누구에 비교할 수 없이 유명한 브랜드이지만 고급을 지향하는 브랜드는 아니기에 ‘비싼 가격’의 설명이 되기에는 역시 개연성이 떨어진다.
오랫동안 회사 내에서 성공한 사업가(대표님)로, 회사 외부에서도 멘토로 지지를 받다 보니 ‘선한 영향력의 늪’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속된 말이지만 장사꾼은 남겨먹어야 하고, 소비자가 인정하는 선에서 많이 남겨먹으면 좋다. 그는 그동안 일종의 장사 선생으로 활동하며 소비자를 위한 착하고 멋진 발언들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인정하는 가성비의 기준을 스스로 올려 두었다. 그 기준이 이제 본인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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